교통 시스템의 끝자락에서, 마을버스를 움직이는 사람들
전국 각지에서 운행되는 마을버스는 도로 위에서 가장 작고 소박한 교통수단이다.
지하철이 닿지 않고, 시내버스도 접근하지 못하는 골목과 외곽 마을까지 마을버스는 쉼 없이 달린다.
그 중심에는 바로 수많은 마을버스 기사님들이 있다.
앱에서 표시되는 노선과 시간표만으로는 알 수 없는 현장의 상황, 그리고 승객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마을버스를 운영하는 사람의 시선에서 보면 우리가 몰랐던 문제점과 숨겨진 가치가 보인다.
이번 글은 서울, 경기, 충남, 전북, 제주 등 다양한 지역에서 마을버스를 운행 중인 기사님 5명의 실제 인터뷰를 바탕으로 마을버스 운영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정리한 실전형 콘텐츠다.
기사님들이 말하는 현장은 단순한 운행이 아닌 지역 주민과 함께 살아가는 삶의 한 축이다.
“승객보다 마을 사정을 더 잘 알아야 해요” – 전북 진안 마을버스 기사
전북 진안군에서 운행 중인 50대 기사 김 모 씨는 마을버스 운전은 단순히 운전 기술이 아니라 마을의 사정을 읽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진안에는 5일장이 있는 날에만 타는 어르신이 많아요.
평소엔 안 나오시다가 장날엔 탑승자가 확 늘어요.
그걸 모르고 평일처럼 운행하면 사고 납니다”라고 말했다.
마을에는 병원 가는 날, 보건소 진료일, 마을회관 행사 같은 고정적인 생활 스케줄이 있다.
김 기사님은 “승객이 적어도 그날이 어떤 날인지를 아는 게 중요해요.
기사끼리도 서로 공유하면서 일정을 맞춰요”라고 했다.
이처럼 지방의 마을버스는 주민 삶과 맞물려 운영된다.
운행은 행정이 짜지만, 현장의 리듬은 기사님들이 만든다.
“교통카드만 믿으면 안 돼요” – 충남 논산 마을버스 기사
논산시 외곽 마을을 운행하는 60대 기사 최 모 씨는 하루에 왕복 4번만 운행하는 버스를 맡고 있다.
그는 “지금도 손님 절반은 현금 내요.
카드 단말기도 잘 안 먹히는 날이 많아서 항상 잔돈을 준비해요”라고 말했다.
교통카드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더라도 통신이 불안정하거나, 오래된 단말기가 겨울철엔 오작동하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특히 고령자 비율이 높은 마을에서는 교통카드 사용 자체가 익숙하지 않다.
최 기사님은 “처음 오신 분은 앱에 나온 시간 맞춰 기다리시다가 버스 놓쳐요.
저희는 마을에 한 번 들어가면 정류장 없이 바로 나가야 하니까, 정확한 위치를 모르면 놓칠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지방의 마을버스 현장은 교통 인프라보다는 사람의 손끝으로 움직이는 구조다.
정류장도, 디지털 시스템도 완벽하지 않은 환경에서 기사 개인의 경험과 주민과의 신뢰가 곧 운행의 기준이 된다.
“수도권은 시간, 지방은 사람 중심이에요” – 성남 마을버스 기사
경기도 성남시에서 12년째 마을버스를 운행 중인 40대 기사 이 모 씨는 수도권과 지방의 마을버스 운행 문화 차이를 명확히 설명했다.
그는 “여긴 시간 싸움이에요.
한 바퀴를 35분 안에 돌지 못하면 다음 차례에 밀리고, 환승 시간도 꼬여요”라고 말했다.
성남처럼 수도권에서는 정확한 배차 간격, 신호 체계, 정류장 운영이 모두 표준화되어 있다.
앱에 표시되는 도착 시간도 정확하게 맞춰야 승객 민원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 기사님은 “승객이 기사한테 버스 왜 늦었냐고 묻는 일도 많아요.
사실상 실시간으로 기사도 압박을 받는 거죠”라고 토로했다.
그는 지방 마을버스를 타본 경험도 함께 이야기하며, “지방은 시간이 아니라 사람이 중심이에요.
그날 승객이 나오면 세우고, 안 나오면 생략하는 식이 많죠”라고 말했다.
마을버스는 같은 시스템 안에서 움직이는 것처럼 보여도 현장의 운전자는 지역에 따라 완전히 다른 감각으로 운행하고 있었다.
사람과 버스 사이, 우리가 연결하는 거죠” – 서울 관악구 마을버스 기사
서울 관악구에서 마을버스를 운전하는 50대 기사 정 모 씨는 버스는 기계지만, 서비스는 결국 사람이 만든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선은 정해져 있지만, 그 노선을 어떻게 운전하느냐는 전적으로 기사 몫이에요”라고 말했다.
서울은 마을버스 이용자가 많고, 노선 간 경쟁도 치열하다.
정 기사님은 “어떤 기사님은 너무 급하게 몰고, 어떤 분은 노약자 배려해서 천천히 가요.
승객은 그 차이를 다 기억합니다”라고 전했다.
그는 하루에도 수십 명의 고령자, 학생, 외국인, 장애인을 마주하며 운행을 조정하고, 탑승을 돕고, 안내 방송을 직접 하기도 한다.
“버스를 움직이는 건 엔진이지만,
사람을 태우는 건 결국 마음이에요”라는 말에서 마을버스 기사의 존재가 단순한 운전자를 넘어선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관광객보다 지역 주민 먼저 챙겨요” – 제주 마을버스 기사
제주시 애월읍 노선을 운행 중인 50대 기사 박 모 씨는
관광객과 지역 주민이 섞여 타는 마을버스에서 우선순위를 정하는 기준은 ‘지역 기반’이라고 말했다.
“관광객은 정보도 많고, 다음 대안도 있지만 지역 주민은 이거 놓치면 한나절 기다려야 해요”라고 설명했다.
제주는 관광지와 주택가를 동시에 연결하는 마을버스 노선이 많다.
하지만 이용자 수가 많은 관광객보다 정기적으로 병원이나 시내를 다녀오는 주민의 이동을 중심에 두는 정책이 유지되고 있다.
박 기사님은 “혼잡할 땐 외지인보다 어르신 먼저 태우는 걸 원칙으로 합니다.
사람들이 처음엔 이해 못 해도, 설명하면 대부분 납득하세요”라고 말했다.
제주의 마을버스는 관광지 교통과 생활교통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기사님들의 판단이 중요한 기준이 된다.
정해진 시스템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운영의 유연성이 지역에 맞는 교통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기사님들이 만든 마을버스, 시스템 너머의 신뢰
마을버스가 지역 교통의 맨 끝단에서 묵묵히 달리는 동안 우리는 종종 그것을 너무 ‘작은 것’으로만 취급하곤 한다.
하지만 기사님들의 말처럼,이 작은 버스 한 대가 하루 수십 명의 이동을 책임지고, 고령자들의 생존을 지키며, 때로는 외지인의 길잡이가 되기도 한다.
앱에는 나오지 않는 정보, 시간표보다 먼저 고려해야 할 마을의 사정, 그리고 사람이 먼저인 판단.
이 모든 것은 시스템이 아니라 기사님들의 현장 감각과 노력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용자 입장에서 마을버스를 더 잘 이용하기 위한 첫걸음은 바로 그 운전석에 앉은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들의 말과 표정, 결정 하나하나가 곧 ‘지역 교통’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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