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마을버스

전국마을버스, 누가 어떻게 운영하나? 지자체의 숨은 전략 비교

린지 2025. 7. 13. 13:59

버스는 같은데, 운영 방식은 왜 다를까?

마을버스는 대한민국 모든 지역에서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생활 교통수단이다.
그러나 같은 마을버스라고 해서 운영 방식까지 똑같은 것은 아니다.
어떤 지역에서는 정시 운행과 환승이 가능한 도시형 마을버스가 존재하고, 다른 지역에서는 하루 몇 번만 운행하는 생활형 교통복지 서비스로 마을버스가 활용된다.

이 차이는 단순히 지역의 지리적 특성 때문만이 아니다.
운영 방식에는 각 지자체의 행정 의지, 예산 배분 전략, 교통 정책 우선순위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번 글에서는 서울, 경기도, 제주도, 전라남도, 충청북도 등 대표적인 5개 지자체의 마을버스 운영 구조를 비교하며 그 뒤에 숨은 전략과 정책 방향성을 들여다본다.

 

전국마을버스 지자체의 숨은 전략 비교

서울시: 표준화·통합·데이터 기반 운영 모델

서울특별시는 마을버스를 포함한 모든 대중교통 수단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하여 운영하고 있다.
마을버스 역시 ‘소형 버스’가 아니라 정식 노선 대중교통으로 분류되며, 서울시 교통정보 시스템 TOPIS에 완전히 연동되어 있다.

민간 운송업체가 실질적인 운행을 맡고 있지만,노선 인가, 요금 결정, 배차 시간표 작성, 차량 사양 기준 등은 모두 서울시의 교통과에서 제어한다.
이로 인해 교통카드, 환승 할인, 저상버스 도입 등도 시 전역에서 동일한 기준으로 적용된다.

서울시의 전략은 정확성과 예측 가능성을 최우선에 둔 정책이다.
모든 마을버스가 실시간으로 위치를 공유하며, 모바일 앱을 통해 도착 시간 확인이 가능하다.
이러한 데이터 기반 운영은 행정이 교통 서비스를 실질적으로 통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지자체와 가장 큰 차별점을 보인다.

 

경기도: 시군 자율권을 보장한 유연한 분산 모델

경기도는 서울과 달리 광역 자치단체로서 개별 시군에 높은 자율권을 부여하고 있다.
따라서 고양시, 성남시, 수원시 같은 도시 지역은 서울과 유사한 방식으로
표준화된 마을버스 시스템을 운영하지만,연천군, 가평군, 포천시 같은 농촌형 지역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마을버스를 운영한다.

경기도는 ‘지역 맞춤형 교통 복지’를 정책 방향으로 설정하고 있으며,도 차원에서 예산 지원은 하되, 세부 노선과 운영 방식은 시군이 직접 결정하도록 되어 있다.
이로 인해 같은 경기도 내에서도 교통카드가 가능한 지역과 불가능한 지역이 공존하며,배차 간격, 정보 공개 수준, 정류장 시설 등도 제각각이다.

이러한 정책은 자율성과 지역 특화 정책에는 유리하지만,이용자 입장에서는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경기도의 마을버스 전략은 일관성보다는 지역 특성을 반영한 분산형 접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제주도: 관광과 생활의 교차점에서 운영되는 복합 전략

제주특별자치도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도 전체가 특별자치도로 지정된 지역이며,
그에 맞는 독립적인 교통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마을버스도 단순한 지역 교통수단을 넘어 관광객과 주민을 동시에 고려한 복합 교통수단으로 설계되어 있다.

제주는 마을버스를 직접 운영하거나 위탁을 통해 관리하며,노선 설계 시 주요 관광지와 읍면 소재지, 외곽 주거지역을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
모든 노선은 제주버스정보시스템과 모바일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 가능하며,정류장 시설도 관광객이 이해하기 쉽게 다국어 표기를 병행하고 있다.

교통카드 사용이 가능하고, 환승 할인도 적용된다.
요금은 균일 요금제로 설정되어 있어 요금 혼선이 없으며,버스 배차 간격은 지역에 따라 20분에서 1시간까지 다양하다.

제주의 전략은 관광 수요와 지역 수요를 함께 고려한 이중 구조의 교통 서비스 설계다.
외부 방문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디지털 정보 제공을 강화하고,지역 주민에게는 생활 교통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복지 성격의 교통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전라남도: 교통 약자를 위한 생활밀착형 복지 전략

전라남도는 마을버스를 교통수단이 아니라 사회복지 서비스로 접근한다.
특히 도서지역이나 농촌 고령화 지역이 많은 전남에서는 마을버스가 없으면 병원, 면사무소, 보건소를 방문할 수 없는 주민이 많기 때문에 버스 운행 자체가 복지 정책의 일환으로 간주된다.

전남의 마을버스는 군 단위 자치단체가 직접 운영하거나 위탁 방식으로 운행되며, 운행 횟수는 하루 2~5회로 제한적이다.
교통카드가 되지 않는 지역이 많고, 시간표도 종이 인쇄물이 대부분이다.
일부 노선은 정류장이 없으며, 손을 흔들면 정차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전라남도는 고령자, 무면허자, 저소득 주민을 위한 교통 서비스 확대를 위해 ‘100원 버스’, ‘무료 순환차량’, ‘읍면별 탄력형 운행’ 같은 맞춤형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이용자 수보다 필요성 중심의 운영 철학을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

 

충청북도: 예산 효율성과 지역 수요 조절에 집중한 탄력형 전략

충청북도는 전국에서도 마을버스 수요가 낮은 지역 중 하나다.
산지가 많고, 인구 밀도가 낮기 때문에 마을버스를 고정 노선으로 운영하기보다는 ‘탄력형 교통체계’를 기반으로 운영한다.

읍면 단위로 운영되는 마을버스는 하루 3~4회만 운행되며, 운행 시간과 노선이 매달 달라지기도 한다.
이러한 구조는 수요응답형(DRT) 혹은 생활밀착형 탄력 버스로 진화하고 있으며, 전화 예약제, 요일제 운행, 장날 중심 운행 같은 지역 상황 맞춤 전략이 적용된다.

충청북도는 예산 대비 실효성을 중시하며 마을버스를 단일화된 시스템보다는 지역 단위 생활 교통 서비스로 분할 운영하고 있다.
디지털 시스템은 다소 미흡하지만, 전화 기반 정보 제공과 읍면 사무소 중심의 안내 체계가 보완하고 있다.

 

교통도 정책이다: 지자체 전략이 만든 마을버스의 얼굴

마을버스는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다.
누가 운영하고, 어떤 기준으로 노선을 짜고, 얼마나 지원하느냐에 따라 그 성격과 기능은 완전히 달라진다.

제주는 외부 수요와 지역 생활을 모두 고려한 균형 전략을 택했으며, 전남과 충북은 복지적 접근과 탄력 운행으로 이동의 최소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서울은 통합 시스템과 표준화 전략을 통해 신뢰성과 효율성을 확보했고, 경기도는 각 시군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인정해 지역별 교통 특화 모델을 만들고 있다.

앞으로 마을버스를 둘러싼 교통 정책은 단순히 ‘몇 대 더 늘리는 문제’가 아니라, 그 지역의 삶의 방식과 행정 철학을 반영하는 핵심 정책 도구가 되어야 한다.
교통이 바뀌면 지역이 바뀌고, 마을버스를 움직이는 지자체의 전략이 결국 주민의 삶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